우리는 폐백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신부는 반드시 한복을 입어야 했다.
폐백할 때 신부가 입는 장옷은 진짜 옷이라기 보다는 한복 위에 걸치는 겉옷 같은 느낌이라 한복이 없으면 입을 수 없다.
남자 옷은 두루마기처럼 되어있어서 신랑은 굳이 안 입어도 되긴 하지만, 보통 신부가 한복을 맞추거나 대여하면 신랑 한복도 대여하는 편이다. (금액 차이가 별로 안 나기 때문)
나의 경우는 한복을 웨딩촬영때도 입었고, 본식에도 입었다.
물론 남편도 함께 입었기 때문에 우리는 한복을 2번씩 입었다고 보면 된다.
1. 한복, 꼭 필요한가?
이미 말했듯이 한복은 사실 폐백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폐백을 하면 여자 한복이 필수기 때문에 어쨌든 한벌은 빌려야하는데, 어느 대여점을 가도 여자한복이 중심이지 남자한복이 중심은 아니다. 맞춤이든 대여든 여자 한복이 남자 한복의 3배~4배 정도라고 보면 된다. 어떤 곳은 여자한복을 빌리면 남자 한복은 그냥 끼워주는 곳도 있다.
물론 폐백 상관없이 난 입을거다 하면 입으면 된다.
폐백을 안 해도 피로연에서 양장 예복 대신 한복을 맞춰입거나 대여해서 입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어른들이 굉장히 좋아하심)
부득이 폐백때문에 옷을 빌려야 하는데 내가 정말 한복이 안 어울린다 생각하면 제일 싼걸로 대충 입으면 된다.
대여비 엄청 싼 것도 많다. (물론 디자인은 좀 포기해야하지만)
2. 한복, 추천하는지?
개인적으로는 한복 굉장히 추천한다.
나도 결혼전에는 몰랐지만, 한복이 상당히 고급스러운 옷이다. 그리고 굉장히 화려하다.
요즘 경복궁에 입고 다니는 그런 휘황찬란 국적불명 한복들 아니고, 그냥 전통한복도 생각보다 굉장히 화려하다.
그러니 옷에 맞게 다른 모든 것들도 화려하게 맞춰야 한다.
즉, 민낯으로 입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한복은 거의 드레스급으로 민낯과 상극이다.
민낯으로 한복 입으면 초딩같아보인다.
꿔다 논 보릿자루 같이 멀뚱멀뚱 옷과 얼굴이 따로 노는 것처럼 느껴진다.
근데 풀메이크업을 딱 해놓으면, 세상 천지 어디 이런 양반집 규수가 있었던가 싶다.
웨딩촬영, 본식.
모두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두꺼운 화장을 하는 때다.
이 때 한복을 입고 사진 한장 남겨놓으면 너무너무 예쁘지 않을까?
한복이 너무 안 어울려서 절대 입기 싫다는 사람은 할 수 없지만,
특히 얼굴이 좀 동글동글하고 순하게 생긴 커플은 꼭 웨딩촬영에도 한복씬을 넣길 바란다.
너무 귀엽고 복스럽다.
3. 맞춤? 대여?
한복을 안 하겠다고 결정한 사람은 뭐 고민할 것도 없다.
안하니까.
근데 하기로 결정하면 그때부터 또 고민의 연속이다.
한복을 맞춰야 하나,
대여를 해야 하나.
물론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간단하게 장단점을 비교하자면 이렇다.
구분 | 맞춤 | 대여 |
장점 | ▶ 새 원단으로 만든 새 옷 (한복은 새옷과 중고 차이가 많이 남) ▶ 내 몸에 맞는 핏 (한복이 양장보다 핏 살리기 더 어려움) ▶ 4번 이상 입을 경우 대여보다 쌈 |
▶ 맞춤보다 싸다. 보통 맞춤의 1/3~1/2 가격. ▶ 한복 관리, 보관, 세탁할 필요없음 ▶ 유행에 맞춰 선택해서 입을 수 있음 (한복이 생각보다 유행을 많이 타는 옷임) |
단점 | ▶ 비싸다. 대여 비용의 3배 이상. ▶ 입고나서 관리, 세탁, 보관 어려움. ▶ 한복 상자 부피가 너무 커서 자리 차지 심함. ▶ 유행이 바뀌면 촌스러워서 몇 번 못 입을 수 있음. |
▶ 예쁜 옷은 금방 나가서 없거나, 너무 많이 입어 낡았음 ▶ 다 비슷비슷한 옷, 비슷비슷한 디자인이라 개성이 없음 ▶ 새옷보단 빳빳한 느낌이 없고 힘이 죽었음 |
만약 결혼을 포함해 향후 3년 이내에 한복을 4번 이상 입어야 할 것 같다면 맞춤을 하는 게 더 경제적이다.
(웨딩촬영, 본식, 명절 첫인사, 자녀 돌잔치, 가족 결혼시 등)
근데 그렇지 않고 기껏해야 2번 내지는 3번이 될까말까한다, 그러면 그냥 대여를 하는 게 낫다.
다만, 대여를 할 때 대여의 단점인 낡은 옷이 걸리지 않도록 잘 골라두면 된다.
나의 경우는 웨딩촬영과 본식에는 입을 생각이 있었지만,
명절 첫인사에 한복 입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엄마 말 가볍게 무시하고
응 아니 명절에 불편해서 안 입어~
돌잔치 언제할지 알 수 없어~
가족 결혼도 언제 할지 알 수 없어~ 한다고 해도 한복 안 입을거야~
하면서 대여로 확정지었다.
4. 가격비교
대여가 무조건 맞춤보다 싸냐, 그것도 아니다.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부산 기준으로 저가, 중가, 고가 세 부류로 나눠보겠다. (2021년 기준)
구분 | 구매처 | 금액 (2021. 상반기 기준) |
저가 | 진시장 내 한복점 | ▶ 맞춤: 30~35만원 ▶ 대여: 10만원 (남자는 5만원도 가능) |
중가 | 진시장 외부 독립적인 한복점 (ㅁㅈㅇ우리옷, ㅂㄷ아씨방, ㅅㅆ비단, ㅌㅎㄹ한복 등) |
▶ 맞춤: 70만원~ ▶ 대여: 30~40만원 |
고가 |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 (ㅇㅅㅁ한복, ㅇㅇㅅ한복 등) |
▶ 맞춤: 120만원~ ▶ 대여: 70만원~ |
1) 저가 (진시장 입점 가게들)
▶ 장점
싸다.
맞춤을 해도 중가 업체의 대여비 정도고, 고가 업체에서 한벌 맞출 비용으로는 신랑,신부,양가혼주까지 싹 맞춰입을 수 있다. 재래시장이다보니 기본적으로 흥정도 잘 먹힌다. 게다가 요즘 한복시장에 손님이 없어서 더욱 좋은 조건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빠르다.
원하는 일정에 맞춰서 바로 제작을 해준다. 사실가성비 진시장의 한복 가게들은 옷 가게라기 보다는 원단 가게라고 보는 게 맞는데, 가게에서 원단을 고르면 바늘집이라고 불리는 바느질 가게에서 제작에 들어간다.
가게의 표적이 되면 흥정과 함께 쏟아지는 멘트.
"언제 필요해, 언제까지 만들어줄까!"ㅋㅋㅋㅋㅋㅋ
3일만 주면 금방 만들어준다고 한다. 이런 초스피드가 어디있나...
▶ 단점
입어볼 수 없다.
이미 말했듯이 진시장 내에 있는 한복 가게들은 거의가 원단을 보고, 사진에 나와있는 디자인 혹은 미리 준비해 간 사진들을 보여주며 제작하는 'Bespoke' 가게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당연히 만들어진 옷은 아주 소량만 있고, 대부분은 그냥 원단의 형태로 있다.
얼굴에 대보고 어깨에 걸쳐보는 식으로 색상과 재질을 고르는데 분명 입어보는 것과는 한계가 있다.
아무래도 디자인이 촌스럽다.
한복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디자인도 그렇고 색상도 그렇고 유행이 휙휙 바뀐다. 양장처럼 매일 안 입으니 모르겠지만 한복도 역시 패션이라, 유행에 조금만 뒤쳐져도 훅 촌스럽다고 느껴진다. 게다가 아무래도 지금 진시장 한복점의 사장님들은 거의가 50~60대다보니, 취향 차이가 아무래도 느껴질 수밖에 없다.
2) 중가 (독립된 건물 혹은 상가에 있는 한복가게)
▶ 장점
가성비.
맞춤보다는 대여하는 경우에 많이 찾게 된다. 보통 패키지로 하면 할인을 더 해준다.
패키지는 크게
A. 신랑신부 본식 한복 + 양가어머님 혼주한복 = 4벌
B. 신랑신부 촬영 한복 + 본식 한복 + 양가어머님 혼주한복 = 6벌
두 종류로 나뉜다.
보통 6벌 하는 경우가 단가가 싼데, 뭐 4벌을 하든 6벌을 하든 대략 100만원대 중반 이내에서 끊을 수 있다.
트렌디함.
아무래도 이 가격대의 가게들은 맞춤보다는 대여 손님이 확실히 많기 때문에, 가게들도 대여 위주로 굴러간다. 그러다보니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에 맞게 한복들이 트렌디한 경우가 많다. 사실 한복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입어보면 다 다르고, 개인의 체형과 피부톤, 이목구비에 상당히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의외로 감각있는 코디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여가 많은 업체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을 잘 알고 추천해준다. (ex. 날개치마, 시스루 등)
+ 소품도 많다.
비녀나 머리꽂이, 브로치, 노리개 등 촬영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소품이 많다.
▶ 단점
대여 옷의 한계.
아무래도 대여 옷들은 손님들도 한번 입고 마는 옷이니 소중하게 다루지도 않고, 여러번 입었던 옷이라 금방 헤지거나 낡게 되는데 한복은 티가 많이 나는 편이다. 깨끗하게 다려도 너무 많이 입은 옷은 빳빳해지지 않고 흐물렁한 경우가 있다. 빌린다면 최대한 새 옷을 빌리는 게 좋고, 대여시 필시 다림질 확실하게 빳빳하게 해달라고 요구를 해야한다.
우리 모두 똑같은 옷.
유행을 잘 반영한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데, 결국 어떤 것이 유행한다는 건 내가 입은 걸 남도 입고, 남이 입은 걸 나도 입는다는 뜻 아니겠나. 나만의 특별한 개성이나 나의 특별한 갬성을 표현할 수는 없다는 점..
3) 고가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
▶ 장점
고급지다.
일단 원단 자체가 광택이 나는 비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때깔부터가 다르다. 주름 잡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입었을 때 치마 자체에서 은은한 광이 도는데, 신부 한복보다는 특히 혼주 한복에서 그 고급스러움이 빛을 발한다. 확실히 돈을 많이 준 티가 나는 재질이다.
남자 한복이 상당히 예쁘다.
결혼을 준비하다보면, 늘 언제나 우리 신랑님들은 신부의 들러리가 되어, 뭐든지 신부가 하면 곁다리로 껴주고, 신부가 정하는 퀄리티에 따라 나의 턱시도와 나의 헤어메이크업 수준도 달라지며, 결혼식의 주인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한복도 그렇다. 여자한복은 색깔도 많고 종류도 많고 디자인도 많은데, 남자는 색깔 정도만 고르면 되고 다 거기서 거기다.
근데 디자이너 브랜드의 한복에서는 남자 한복도 상당히 예쁘다. 특히 금박 자수로 용을 그려넣거나 봉황을 그려넣는 등, 왕족이 입을법한 디자인의 남자 한복도 있어서 아마 왕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거 같다.
▶ 단점
비싸다.
솔직히 너무 비싸다. 다른 옷이면 모르겠지만 평소에 크게 잘 입을 일도 없는 한복, 거기다 보관하기도 어렵고 부피도 큰데 자주 입지도 못 하는데 이만한 돈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거다.
아마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6벌을 빌리면 대여료만 400만원이 넘을 거다. 지금은 400만원 중반도 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돈 많으면 비싼 데서 하는 거지만.)
나이가 들어 보인다.
아무래도 광택있는 비단을 쓰면 좋게 말하면 성숙해보이고, 나쁘게 말하면 노티난다. 무게감이 있게 느껴져서 그런데, 어른들은 괜찮겠지만 신부에게는 어울리지 않아서 이런 광택있는 비단을 쓰지는 않는다. 근데 그러면 가성비 업체에서 빌린 한복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 내가 비전문가라 그렇겠지만 내 눈엔 진시장 저고리나 여기 저고리나 다 비슷해보였음.
+ 피팅비가 있다.
드레스샵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브랜드 한복점에도 피팅비가 있었다.
물론 그냥 양복이랑 달리 한복이나 드레스는 혼자 입고 벗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겨우 옷 한벌 입어보는데 돈까지 내야하나요...
내 경험으로는 피팅비로 3만원 정도의 요금이 발생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브랜드 한복 가게에서 옷을 입어보고 싶다면 피팅비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겠다.
5. 나의 선택
나는 가성비의 중가로 갔다.
그 이유는
첫째, 웨딩촬영시 한복을 입을 예정이고 폐백도 할 예정이다.
그러니 당연히 한복은 필요한데, 촬영으로도 남길 예정이니 일단 어찌됐든 너무 저렴한 것은 별로고, 당장 입어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진시장은 탈락이었다.
둘째, 딱 두번입고 또 입지 않을 생각이다.
촬영과 본식, 딱 두 번만 입고 더 입지는 않을 생각이었고 생각이다. 앞으로 집안에 결혼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일반적인 정장을 입을 생각이고, 만약 한복을 입어야 한다고 하면 그냥 그때가서 또 그때의 나에게 잘 어울리는 한복을 빌릴 생각이다. 그러니 굳이 맞출 필요도 없고, 아주 좋은 걸 해입을 필요도 없다.
그러니 남은 선택지는 가성비의 선택지 뿐이었다.
참고로 후회는 1도 없다.
사진 촬영도 너무나 만족스러웠고 혼주한복도 너무너무 예뻤다.
※ 나의 찐 한복 대여 후기는 다음편에.
요약.
1. 폐백하는 경우 신부 한복 꼭 필요.
2. 남자한복은 대부분 대여하고, 여자한복 꼽사리(?) 느낌.
3. 양가혼주 2벌보다 신랑신부 포함한 4벌이 가성비 좋고, 그보다 촬영한복까지 끼운 6벌이 가성비 좋음.
4. 한복은 대여를 할 때도 항상 새 옷(★★★)으로, 그나마 대여가 덜 된 신상으로 달라고 꼭 당부할 것.
5. 얼굴이 동글동글 복스럽고 귀여운 인상(체중과 관계없이)인 커플은 한복촬영 강력추천함.
(키도 크고 덩치도 크거나 상체비만 혹은 헬스로 다져진 다부진 커플들은 한복은 쬐끔.. 안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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